| 저자 | 서종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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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이번에 내리실 역은
혼자 내린다 아무도 내리지 않는 역 네가 떠나간 거라고 말하며 들을 수 없는 영역에서부터 점점 선명해지는 소음의 열차는, 간다 소음보다 먼저 간 열차의 뒷모습이 멀리 소실점 속으로 사라지고 뒤늦게, 소음도 기차를 따라 다시 들을 수 없는 영역으로 돌아간다 귀 없는 곳에서 태어나 사람에게까지 불어온 소음 바람은 가만히 서 있다 멈춰선 바람 너머로 역의 풍경이 불어 간다 한 번은 거쳐 간 사람들의 얼굴까지 실어 오며, 역은 바람을 스쳐 간다
이번에 들어올 열차는
나와 무관한 소음 누군가 내리더라도 그저 혼자 불어갈 사람 바람은 스스로에 대한 오해를 말한다 부는 건 자신이 아니라 사람이라고 자신의 곁으로 사람이 별의 바깥까지 불어가는 거라고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흔들리는 내가 흔들리는 건 사람이 내게로 불어오기 때문 눕는 내가 눕는 건 사람이 나를 자꾸만, 밀어내기 때문 과장된 몸짓으로 별의 이름을 별까지 불어 보내는 건 아마, 사람 사람의 끄트머리에 서 있는 나 역시 바람의 이름을 빌려 여기까지 불어온 것 홀로 왔음이 누군가를 탓하고 그 누군가의 정체를 가리는 것
나는 내게서 불어나오는 소음을 듣는다 내가 도착하고 또 떠나갈 때 언제나 먼저인 소음 들을 수 없는 영역에서 태어난, 나는 흔들림을 탓하지 않는다 사람의 가운데에 서서 사람이기 때문에 흔들리는 것 불지 않는 바람에 거짓을 전하고 바람을 빌려 저 멀리 별의 바깥에 무관한 이름을 전하는 나는,
지금 들어오는 열차는 타지 않는다 아무도 불어나오지 않는 열차 소음을 남겨둔 채 나는 열차보다 먼저 간다 나의 뒷모습이 소실점보다 먼저 사라지게 하기 위해 바람이 불 수 있게 하는 것 나는 멈춰서 흔들리지 않고, 부는 사람이 별에게서 별의 이름을 흔들어 떨어지게 하는 것
그때 나는 열차를 타고

서종현 l
2020년 《현대시학》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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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호 신작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