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저자 | 박성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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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천지간에 비, 쏟아진다
사람들 모래알처럼 박힌 천지간에 비,
마구 부서진다 구름과 바람을 뚫고
빌딩과 잡목림을 파헤치면서
비, 천지간에 강림한다
흘러넘쳐 대지를 움켜쥔 녹의 시간
그 시뻘건 생멸의 더미로 비,
자기 몸을 내리꽂는다
밤을 걷는 사람들은 육체를 벗어던지고
대지의 심연으로 들어가야 한다
안식을 금지당한 채
점점 더 큰 소용돌이 속으로 비,
내가 본 처음은 무기력했지만
지금은 용광로처럼 무섭게 타오르는 비,
우주를 덮치고 뼈와 살을 녹여 재로 만드는 비,
재를 짓이겨 또 다른 밤을 설계하는 비,
내가 죽어 내리는 일만 년의 기적
비,

박성현 l
200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내가 먼저 빙하가 되겠습니다』 『유쾌한 회전목마의 서랍』이 있음. 〈한국시인협회 젊은시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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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호 신작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