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윤경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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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우로 엎드린 방
나비도 나방이 되는 절기라고 했다
겉만 보여주던 여자가 여자를 놓쳤다
이미 오랜 시간 곪아 온 방이라 했다
어쩌면 치밀하게 계획된 총기일지 모른다고도 했다
한순간 들이닥친 호명은 동의를 구했으므로
어떤 책임도 애써 따져 묻지 않았으므로
설 자리 없는 오늘에는 대기할 시간이 없었다
그러쥐지도 밀어내지도 않고 오는 비 냄새
저녁은 깨지 않으려고 미리 깨어 있고
질문은 떨어지지 않는 눈곱처럼 유효하다
그러나 미리 꺼둔 쪽이 통증임을 아는 까닭에
전반부는 전력을 다해 들리지 않으려 애썼고
후반부를 둘러싼 봉합은 대체로 쉬웠다
여태껏 보지 못한 소리가 가슴을 훑고 지나간다
썩은 사과를 돌려 깎듯 조이고 푸는 밋밋한 자세
그때 이제야 생각났다는 듯 여자가 만진 것은
있어도 없어도 무방한 방의 안부였을까
공갈만 남은 이름이었을까
어쩌다 나는 그루터기 여자를 여기서 마주하고 있나
제 살점을 발라 다정히 떠 먹여주듯
패이고 굽이쳐 아름다운 무늬를 갖는 소견들
의사는 아무 문제 없다고 절벽을 재구성해준다
우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신음은 목이 길다는 걸 알았다
만발한 여자를 채반에 이고 와서 그렇다고 했다
뇌우로 엎드린 밤이었다 나비도 나방이 되는 절기라 했다

윤경예 l
2018년 제1회 〈남구만신인문학상〉 등단. 시집 『감출 때 가장 빛나는 흰빛처럼』이 있음. 〈목포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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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호 신작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