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신작시
Extra Form Output
저자 강세환 

     

 

 

 

 이 노래 끝나면

 

     

    

              

  석계역 앞 박정만이 드나들던

  꼭 고만한 술집에서 저녁 술을 마셨다

  이 노래 끝나면 술 떨어질 것 같아

  제1의 시인이 천천히 〈빗속을 둘이서〉를 불렀다

  제2의 시인은 덜 취한 목소리로

  좀 섹시하게 〈댄서의 순정〉을 불렀다

  제3의 시인은 만주 벌판에서 돌아온

  독립군처럼 〈희망가〉를 불렀다

 

  “아! 시인 동지들!” 하고

  박정만이 지나가다 불쑥 들이닥칠 것 같아

  서둘러 술집을 빠져나왔다

  제4의 시인 박정만이 애타게 불러도

  돌아보지도 않고 튀었을 것이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박정만을 피해 다닌 자는

  죄다 이 바닥의 시인들이었을 것이다

  싱겁고 이상한 술자리였다

  아주 못돼 먹은 시인들만 남았다

 

 

 

 

    

 

 

 

 

 

 

 


 

신작시-강세환.png

강세환  I

1988년 《창작과비평》 등단. 시집 『김종삼을 생각하다』 외 10권이 있음.

 

 

 

 

—

2022년 7월호 신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