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저자 | 한영숙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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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처(獨處)
창살과 창살 사이
십칠 년간
이빨 드러내며 서로 으르렁거렸던,
수컷이 떠나던 날
수원시 권선구 금곡리 농막 우리 안은
생전 처음 굳게 자물통 채우는
침묵의 소리를 내고 있다
늙은 털빛까지
검버섯 만발한 백구였지만
늘 입맛만은 투실투실 유지했다.
그러나 며칠째 입도 안 댄 고봉밥
단내 맡은 불개미들이
장꾼마냥 이고 지고 떼를 지어 북적인다.
파릇파릇 싹 올라오는
봄 언저리,
등 뒤편에서 바라본
암컷의 멍한 긴 목덜미에
먹장 하늘이 통째로 내려앉았다.

한영숙 l
2004년 《문학·선》 등단. 시집 『푸른 눈』 등이 있음. 〈발견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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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호 신작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