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신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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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박지웅 

 

 

 

 

 

 각자의 장기자랑

 

 

 

 

  그것이 끝나면 애인들은 몸을 바꾸었습니다

 

  절벽 끝에 서 있던

  어린 애인들은 주로 청둥오리나 후투티가 되었지요

 

  꽤 오래 남을 엔딩이지만

  결국 날아가는 신발짝에 불과한 걸요

 

  어떤 애인은 포구 끝에서 무거운 물고기로 변했는데

  영락없이 버려진 헌신짝이었습니다

  어느 한심한 날이었죠

 

  펄떡거리고 뻐끔거리는 것은 내내 눈에 밟히라고 그럽니다만

  혀를 찹니다 짧게

  애인은 물고기를 물가로 밀어 넣습니다 이때 애인은 재치 있게 울먹입니다만

 

  애인은 애인의 아가미에서 꽃을 꺼내어 가버립니다

  숨 가쁘고 벅차오르는 그 붉은 것을

 

  애인을 바꾼 것이 아니라

  그러니까 애인이 몸을 바꾸는 것입니다

 

  멧돼지가 수족관을 들이박은 일이 있었습니다 높은 기량을 뽐낸 그는 인두겁을 덮어쓰고 한동안 씩씩거렸습니다

  그는 동네의 간판스타가 되었습니다

 

  레크리에이션이 시작되면 우리는 둥글게 앉아 손뼉을 칩니다

  앞으로 우리 애인이 될 애인이 수건을 물고 들고 우리 둘레를 뜁니다

 

  애인은 바꾸기도 하고 바뀌기도 하고 밖이기도 합니다

  모두의 예상

  모두의 축하

 

  변신하는 각자의 장기자랑이 끝날 때마다

  우리는 총명하게 서로의 불찰을 안아줍니다

 

  부풀었던 애인이 볼품없이 줄어도

  슬기롭고 다정한 문화는 계속 이어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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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웅 I

 2004년 《시와사상》, 2005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너의 반은 꽃이다』 『구름과 집 사이를 걸었다』 『빈 손가락에 나비가 앉았다』 『나비가면』, 산문집 『당신은 시를 쓰세요, 나는 고양이 밥을 줄 테니』가 있음. 〈지리산문학상〉 〈천상병시문학상〉 〈시와시학 젊은시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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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호 신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