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신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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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권현형 

존경하는 나의 애플민트

 

 

 

 

애플민트를 도반 삼아 여름 한 철을 보낸 적 있다

귀한 새를 머리에 이고 다니듯 애플민트에

애착했더니 줄기가 부러졌다

 

잎은 있으나 뿌리가 없는 줄기와

뿌리는 있으나 상흔을 머리에 화두로 이고 있는 줄기를

유리병에 함께 꽂아 두고 날마다 물을 갈아 주었다

 

간절한 발은 기어코 걷는다

맨몸에서 뿌리가 생겼다

부러진 자국을 감출 길 없었던 줄기에서

잎사귀가 조그맣게 돋아나더니 며칠 만에 넓적해져

제 잎사귀로 제 상처를 덮을 수 있게 되었다

 

선으로만 이루어진 식물의 몸이

어떻게 분열되었는지 무의식을 읽을 수 없다

이명을 혼자 앓았을지도 모른다

 

알프스 산악 지대의 대규모 빙하가 녹아내릴 수 있다는 뉴스를

새벽에 들었다, 몸이 반으로 갈라지면서

내 식물도 대성당 크기의 빙하가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21세기 뉴스는 이토록 잠언적이다

식물의 트라우마는 이토록 잠언적이다

 

짧은 여름, 전력을 다해 살아 있는 식물을 존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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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현형​​​​ ​​​​​■

1995년 《시와시학》 등단. 시집 『밥이나 먹자, 꽃아』 『포옹의 방식』 등이 있음. 〈미네르바작품상〉 〈시와시학 젊은시인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