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신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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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병률 

인간귤(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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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는 주먹과 같고

가을에는 늘어진다

 

향은 모란만 못하나 짙은 냄새는 빠지지 않고

자주 익고 익은 뒤에 씨를 맺는다

 

껍질을 자신의 자루에 오므리면서 둥지를 매단다

자주 고개를 숙일 뿐

외부와 흩어지지 않으려 하고

가지로 스스로를 묶이기를 즐긴다

 

그저 묵묵히 자신을 남기려는 것 같지만

속으론 한 해 수백이 넘는 결실을 넘봐서

웬만한 기둥으로는 옆구리를 받칠 방법이 없다

 

서로 얽히기 좋아하고

또 그럴 때면 과액을 흘리며

어떻게든 번지려 한다

 

한 몸으로는 된서리를 즐기면서

또 한 몸으로는 아무 일 없는 유월에 꽃이나 피우기를 바라며

그 모두를 황금으로 맺어야 하는 혼자

 

그래서 나는 귤을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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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률​ ​​​​■

199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바람의 사생활』 『바다는 잘 있습니다』 『이별이 오늘 만나자고 한다』 등이 있음. 〈현대시학작품상〉 〈발견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