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신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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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류휘석 

Zoom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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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장에서 찍어낸 점선처럼

밤과 낮이 멋대로 반복되는 동안

 

선물 받은 식물이 죽었다

 

이름이 뭐였더라

 

혼잣말을 하고

 

죽은 식물 옆에서 사진을 찍는다

내가 식물을 빨아먹어 죽인 것처럼 보인다

 

실내등을 켜면 식욕이 밝아진다

 

도마 위에 살아 숨 쉬는 순두부를 올려놓고

가운데 그어진 절취선을 본다

 

선을 따라가면 이유 같은 건 쉽게 명확해지는데

 

살아있는 몸이 튀어나와 폭발할 것만 같다

 

나는 가만히 멈춰 칼을 쥔 손과 죽은 식물을 번갈아본다

 

빈 이름표가 보인다

 

침대에 누워

여러 겹의 몸에 쌓인 여러 겹의 악몽을 생각하다가

 

방치된 두부를 떠올린다

살아있을까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쓴다

 

모두 잠드는 이곳에서 왜 죽고 사는 문제가 시작되는 걸까

 

이불에 아직 문제가 남아 있는데

누군가 허락도 없이 재생 버튼을 누른다

 

죽은 식물을 들어내고

화병을 닦고

다시

순두부를 사러 나가는

 

나는 이 연습을 오래 해왔다

 

냉장고 신선 칸을 열어

두부 꺼냈던 자리에 식물을 채워넣는다

 

싱그러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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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_류휘석.jpeg

류휘석​ ​​■​

2019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