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저자 | 김점용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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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의 구멍
전철 지붕과 공동묘지 지붕이 나란한 곳에 왔습니다
토요일 오후였으나 갈 곳이 없던 저는
공동묘지로 올라가 무덤 옆에 누웠습니다
얼마나 잤을까요?
문득 내 옆자리에 누운 풀을 보니
나 말고 다른 사람이 누웠다 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도 외롭고 무덤도 외롭고
무덤에 내린 햇볕도 외롭고
문인석도 상석도 외로워 얼어 있었습니다
햇볕과 무덤이 서로를 껴안고 잠들었겠지요
햇볕이 구멍을 열고 무덤을 꺼내 안았습니다
아무래도 오늘은 갈 곳이 없습니다
저 멀리 날아가는 검은 비닐봉지 안에 내 살림이 담겼습니다

김점용 ■
1997년 《문학과사회》 등단. 시집 『오늘 밤 잠들 곳이 마땅찮다』 『메롱메롱 은주』, 평론집 『슬픔을 긍정하기까지』가 있음. 〈시산맥작품상〉 수상. 현 《문예바다》 주간.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20년 12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