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저자 | 이영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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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틀 공장
아버지는 베개를 만들었다. 심장 근처에 부드럽고 하얀 솜이 묻어 있었다. 구름을 끌고 온 자. 흰 뼈가 우수수 떨어졌다. 베개를 나르던 어머니는 자주 몽글몽글한 것들을 토해냈다. 허리를 굽히면 천변의 오리처럼 약한 비명이 울렸다. 저녁이면 공장 안에서 천천히 작아지던 아버지와 어머니는 서로의 마음을 문질렀다. 깃털처럼 숨 막히는 간지러움을 나누었다. 깊은 통증인 줄 모르고 나는 매일 밤 베개를 베고 잠이 들었다. 몰래 돋아나는 젖은 깃을 쓰다듬었다. 악몽은 다정했고 공장 앞 천변에는 가끔 오래된 시체가 떠올랐다. 나는 홀로 긴 잠 속으로 들어가 그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흰 뼈가 개천 바닥에서 굴러다녔다. 아침이면 꿈보다 큰 베개가 내 안으로 배달되었다. 포장을 풀자 점점 부풀어 올랐다. 거대한 구름이 진흙 속으로 떨어졌다. 나는 구름의 꼬리를 밟으며 개천가를 걸었다. 피 묻은 깃털이 흩날렸다.

이영주 ■
2000년 《문학동네》 등단. 시집 『108번째 사내』 『언니에게』 『차가운 사탕들』 『어떤 사랑도 기록하지 말기를』이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20년 06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