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신대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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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빛
무심히 딸려 들어간 언덕길, 사방이 아늑해진다. 텃밭을 낀 채 모여 있는 북방식 한옥촌.
담 없는 앞마당
불쑥 머릴 내미는 순하디순한 누렁이.
간판은 ‘강남이*네 민박’집
문패는 함탁영 집
안으로 들어가니 칠판 밑에 ‘행운의 촛대’가 보인다.
“1982년 봄, 한국 마칼루(8463m) 학술원정대 함탁영 대장이 촛불을 밝혀 등반 전술을 펴내기 위해 B.C에서 현지 고사목과 깡통으로 제작한 행운의 촛대”**
허영호가 정상에서 사진 찍고 내려오다
셰르파가 미끄러지는 바람에
동반 추락, 200미터를 굴렀다는 마칼루
조난당한 이스라엘 산악인들도 구하고
포터들에게 무한한 인간애를 보여 준 함탁영 대장.
나는 촛대의 내력 속으로 들어가다 산사막과 마주친다. 눈보라-공밀라와 십튼라-설릉-헐벗은 포터들-인간으로 못할 짓 하는구나-눈보라-뜬눈-마음이 아프다-206명 포터의 행렬-18일 만에 베이스캠프(4740미터) 도착-눈보라***
산사막에서 길 잃고 헤매다보니 어느새 저녁
심지가 눌어붙은
촛대에 불을 붙였다.
어둠에 흔들리는 불빛을 따라
기억 끝에서 위로 위로 올라오는 시간
소란스런 머리부터 금시 환해진다.
* ‘강남이’는 누렁이 이름.
** ‘행운의 촛대’에 대한 사진 설명 인용.
*** 함탁영 대장이 《마운틴》(2012년 7월호)에 쓴 마칼루 산행기 요약.

신대철 ㅣ
196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등단.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9년 11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