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저자 | 이혜민 | ||
|---|---|---|---|
진흙의 성
신은 어찌하여 사내의 갈비뼈를 불어 넣었을까
난 흙으로 빚었지만 흙을 알지 못했어
마른 몸에 세월을 덧붙여 뚱뚱해졌지
높이도 시간에 눌려 줄어들었어
덧대고 주무르고 고치는 여정이 숙명으로 흘러갔지
힘겹게 꽃대궁 밀어 올린 칸나처럼
구멍이 뚫리고 바람이 드나들기 시작 했어
비밀 통로를 흘러가던 꽃물마저 말라
뒤틀어지기 시작했지
꽃의 중심부에는 벌의 흔적들이 난자하고
줄기들도 골다공증으로 무릎을 접었어
신은 어찌하여 이런 나를 만들었을까

이혜민 ㅣ
2003년 《문학과비평》 등단. 시집 『토마토가 치마끈을 풀었다』 『나를 깁다』가 있음. 경기문화재단 지원금(2006), 성남문화발전기금(2018) 수혜.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9년 11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