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저자 | 안희연 | ||
|---|---|---|---|
지배인
그들은 우리에 갇혀 있던 도마뱀을 풀어주었고
내게 선물처럼 가위를 건넸다
너는 착한 아이란다 꼬리를 자르며 놀아보렴
도마뱀 가위 나
가위 나 도마뱀
나 도마뱀 가위
우리는 꼭짓점처럼 있다
그들은 나를 달래듯이 말한다
착한 아이야, 도마뱀의 꼬리는 다시 자란단다
그건 믿음이 아니라 사실이지
도마뱀 가위 나
가위 나 도마뱀
나 도마뱀 가위
시계 초침 소리가 천둥소리처럼 들린다
꼬리를 자르지 않으면 못된 아이가 될 것 같다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이미 시작된 폭풍에 대해서
파헤쳐진 땅과 씨앗에 대해서
창밖과 창 안의 시간은 같지 않다
시간의 힘을 믿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잘린 꼬리는 도마뱀인가요, 도마뱀이 아닌가요?
영혼이라는 말은 불에 가까운가요, 물에 가까운가요?
질문을 시작했을 때
너, 정말로 착한 아이구나
그들이 기특하다는 듯 웃는다
입으로는 웃고 있지만 눈으로는 조금도 웃지 않는다

안희연 ㅣ
2012년 <창비신인상> 등단. 시집 『너의 슬픔이 끼어들 때』 『밤이라고 부르는 것들 속에는』이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9년 11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