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저자 | 안미린 | ||
|---|---|---|---|
순백력
키 큰 식물을 도둑맞은 발등의 정서가
한데 묶어놓은 흰 운동화를 향해 있다
어린 도둑이 긴 양말의 목을 신고 발목을 어림잡을 때
키높이가 표시된 문틀은
문을 닫으면서 부정할 수가 없다
이웃은 이웃에게 불가능한 존재감으로
통과해오며 어디에도 있지 않았지만
열리면 멀어지는 그 사이의 문틈은
인편의 형식으로 부탁받은 것이었다
이 집의 불편함이 외로웠다는 옆집으로부터
빛이 잘 드는 인사성으로 웃자라는 이웃의 경험
온실마저 그 문을 열었을 때
평생을 함께했어야 하는 사람들처럼
나는 그 안에 있다
그 모든 식물을 훔쳐 숲에 버렸다는 고백,
키 큰 식물만으로는 이 빛을 닫을 수 없어
이웃이 이웃에게 흰 꽃을 걸어 잠그면
무릎이 오래 헤매던 쪽으로
내게 순백력이라는 것이 가능해졌다

안미린 ㅣ
서울 출생. 2012년 《세계의문학》 신인상 등단. 시집 『빛이 아닌 결론을 찢는』이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9년 09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