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저자 | 이서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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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지
토끼풀이 자라는 곳은 모두 평평하다
하얀 꽃 군락지는 가운데가 가장 키가 커 언뜻 보면 지붕이 낮은 천막 같지만 한참 바라보고 있으면 파란 하늘 아래 파란 종이 하나 펼쳐져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저곳은 키 큰 것들의 우열이 아니라 동그란 것을 만들기 위해 모여 있는 것이다 원만하게 가장자리를 향해 점차 작아진다
동인은 저런 파란 종이 한 장을 갖고 싶은 것들이다
파란 것 중엔, 행운이 섞여 있다고 믿는다 저들은 지금 동인 모임 중이거나 끝내고 맥주 한잔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군데군데 종이들이 구겨져 있고 무언가 열심히 찾은 흔적이 있지만 무얼 찾는지도 모르는 파란 페이지마다 보이지 않는 네잎클로버들이 가득하다
종이를 밟고 지나온 길, 발로 헝클어놓은 내 종이만 더 뚜렷하다
가을이 되면 토끼풀 군락지 한 권이 또 배달될 것이다

이서화 ㅣ
2008년 《시로여는세상》 등단. 시집 『굴절을 읽다』가 있음. 2019년 아르코 문학창작기금 수혜.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9년 09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