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저자 | 기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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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커피
케냐AA의 검은 낯빛
매장용 머그컵의 둥근 얼굴
수심을 알 수 없는
이목구비
찻잔을 사이에 두고
몸과 몸이 가까워진다
처음 꽃다발을 받을 때처럼
받은 꽃다발을 되돌려 줄 때처럼
역사와 민족과
어마어마한 사명의 뒤편에서
정확히 1인분의 간격을 유지해 온
타인의 거리
만남과 끌림의 내력을 모른 채
우리는
스타벅스에 몸을 싣고 간격을 떠든다
머그컵에 그려진
세이렌의 유혹을 기다리면서
취향이 아닌 척 미각을 경계하면서
음미가 끝나면 어쩐지
현실감이 떨어지는 쿠폰 적립처럼
케냐AA, 숨겨진 1인분의 계산을 고민한다

기혁 ㅣ
경남 진주 출생. 2010년 《시인세계》 시, 2013년 《세계일보》 평론 당선. 시집 『모스크바예술극장의 기립 박수』 『소피아 로렌의 시간』이 있음. 동국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수료. 〈김수영문학상〉 수상.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9년 05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