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저자 | 진창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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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선
골짜기의 옆구리를 할퀴며 노을 속으로 걸어가는 자를 보았다
몸 비틀며 꼬부라져도 쓰러지지 않는다
언덕에 박힌 짐승의 발자국을 지우며
들판을 나는 새들의 무게를 재는, 곡선은 천성이 부드럽다
누운 몸을 세워 일어서본 적이 없는 그는
등에 가득 짐짝을 메고서도 무게를 느끼지 못한다
거친 비바람 속에 서야 더욱 기운을 얻고
몸을 세차게 뒤틀어 깊이를 잴 수 없을 만큼 깊어진다
휘어지면 휜 만큼 한 가득 생의 무게를 짊어지고 가는
느린 만경강물이 달빛에 발 담근 물고기 떼를 이끌고
곡선으로 흘러가는 것을 보았다

진창윤 ㅣ
2017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등단.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9년 04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