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저자 | 이경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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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문을 닫았습니다
한밤, 전화 온다
- 이번 달에 직원을 다 내 보내려고 해요. 인건비는 줘야 하는데 워낙 불경기라……
- 그럼 어떻게 하니?
- 뭔가 찾아 봐야죠. 일단 정리하는 일이 한두 달 걸릴 것 같아요. 이사도 해야 하고……
- 어쩌니? 학생이 둘인데……
- ……
- 돈은 있니?
- 혼자 두 아이를 키우는데…… 맨날 마이너스죠.
- 그럼 어떻게……
- ……
- 그렇지만……
오렌지카운티 빅 파크라는 이름의 공원이었다
아름드리 나무 아래 露宿들이 제 몸보다 큰 배낭에 기대 있었다.
노숙들이 우글우글하였다.
예수였다
막달레나 마리아였다.
엘비스 프레슬리였다.
톨스토이였다
비루먹은 개였다
누가 쓰다버린 수세미였다
회사가 문을 닫았어요
수백 년 노숙의 나무들이 새처럼 지저귀었다
알몸의 별들이 언 하늘을 깨진 유리 조각으로 그으며
쏜살같이 지나갔다.
빙하기의 끝쯤인 것도 같았다

이경림 ㅣ
1989년 《문학과비평》 등단. 시집 『토씨찾기』 『그 곳에도 사거리는 있다』 『시절하나 온다, 잡아먹자』 『상자들』 『내 몸 속에 푸른 호랑이가 있다』가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시인의 사회 2019년 02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