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이용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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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 탈출 프로젝트
일곱 명의 대원을 태우고 떠난 비행선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들의 최종 안착지가 어디인지도 알 수 없었다.
다만 그들은 일심동체로 이 외롭고 쓸쓸한 행성을
떠나고 싶었으리라는 심증 외에는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
그들은 왜 이 거대한 도시의 한복판에서
고향도 가족도 다 버리고
그처럼 묵묵하게 비밀 프로젝트를 진행했는지
게다가 하필이면 모두가 잠든 야음을 틈타
서둘러 발진을 시도했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목격자에 의하면 그들은 고도의 비행 훈련도
단 한 번의 우주 유영도 배운 적이 없지만
평생을 바쳐 체득한 직관과 달관과 모험정신으로
저마다 숙련된 발사 요령을 터득했다고 한다.
몇 가지 이해할 수 없는 점은
그들 모두 하나의 목표를 가진 동료였으면서도
서로가 서로를 전혀 몰랐다는 것
혹은 서로가 서로를 외면하면서도
가난이라는 절대자 아래서 똘똘 뭉쳤다는 것
더구나 이상한 일은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슬픔이
그들의 오랜 밀행을 관제(管制)해 왔다는 것
어떤 이는 한순간의 전기스파크를 이용했다고 하고
어떤 이는 정체 모를 가스에너지를 이용했다고 하고
어떤 이는 꿈속에서 웜홀(wormhole)을 통과했다고 했으나
그들이 가장 완벽하게 그곳을 떠난 방법은
오로지 그들만이 알고 있었을 터
검붉은 화염과 함께 함성들이 터져 나오고
폭음을 터뜨리며 비행선이 사라진 후
사람들은 이륙에 성공한 일곱 대원의 출신성분이
대부분 일용직 노동자라는 것을 알았다.
그들이 막막하게 숨어 지내며 기지(基地)로 쓰고 간 고시원은
긴급 출동한 소방차에 의해 낱낱이 해체된 채
까맣게 타들어 간 내막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용헌 ㅣ
2007년 『내일을여는작가』 등단. 시집 『점자로 기록한 천문서』가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8년 12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