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신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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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강혜빈 
  워터라이팅



   물 한 방울
 
   인간은 마지막 임무를 위해 먼 어제로 돌아왔다. 천장에 붙어 잠을 기다린다.
   바닥, 천천히 돌아누워 파도를 일으킨다. 한 알 남은 마음이 서성서성 녹아가는 방 속,
 
   창 밖에 머리 하나 내놓고 거짓말을 해 본다. 사과 모자 엄마 수염, 거리가 울린다. 둔한 빗방울보다 먼저 지워지는 이름. 또박또박. 기침은 혼자서 솔직하다. 사탕 같은 마차들 자석처럼 붙어 있다. 도로의 뼈가 다시 맞춰지는 것처럼. 모자 수염 사과 엄마, 발 젖는다.
 
   물 두 방울
 
   지하로 끌려가 새로운 생김새를 물려받는다.
   한국 사람들이 한국말을 한다.
   서로 사랑하지 말라는 뜻으로 흰 밥을 지어준다.
   인간은 다 된 머리를 빠뜨린다.
   다정한 석고상들 누워 있다.
 
   천사가 꿀꺽, 시간을 삼키시니. 테이블 아래 환한 똥이 흐른다.
   어디선가 물 떨어지는 소리가 나는 군요.
   눈꺼풀을 꼭 잠그길 명하시니. 더러운 기억에도 침이 고인다.
   아직도 침대를 찾아 떠도는 혓바닥들이 있으니.
 
   죽은 쥐들의 이름을 계이름처럼 외우는, 천사는 재미있다. 쓸 줄 아는 게 다른 나라의 욕밖에 없는, 천사는 재미있다. 나무 밑에 묻은 약속처럼 앙상하게 짖는, 천사는 재미있다. 지어낸 먹구름을 기다리는 인간이, 천사는 재미있다. 모든 천사는 끔찍하다* 믿는 인간이, 천사는 재미있다. 마려운 척 배를 부여잡는 천사가, 인간은 재미있다.
 
   물 일곱 방울
 
   몽타주 들고 숨바꼭질을 한다. 총 들고 미소를 당긴다. 등 뒤에서 틀린 비밀번호를 속삭인다. 잔디밭에 빛을 풀어준다. 현관을 잃어버리고, 동전을 잃어버리고, 콧구멍을 잃어버리고, 주머니 속에 남은 뼛가루를 만지며, 뭉툭한 어깨들을 치고 다니며, pardon, pardon……
 
   탑이 멀리서 반짝인다. 달리는 인간. 덜 마른 빛의 정서로. 강에 비친 나무가 몰래 흔들린다. 그림자는 점점 멎는다. 이내 멀어지는 인간. 물 밖으로. 죽은 자들의 머리가 튀어 오른다. 영원을 약속하는. 물고기들의 통통한 배.
 
   천사는 밤의 뒤척임이 식기를 기다린다. 인간의 다리 사이에서 감정을 배운다.
   누구든 쉽게 울릴 수 있는 초인종처럼. 오늘도 새로운 장난감을 갖기 위해 울지만.
 
   물에 잠긴 방은 위로 추락한다. 더 높이,
   자꾸만 가벼워져서, 달아나는 뒤통수보다 찌그러져서,
   세계는 몸을 울려서 울고.
 
   물 한 방울
 
   천사의 캐리어에서 나쁜 냄새가 난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제1비가」중에서

 






 

 

 

 

 

 

 

 

신작시(강혜빈).jpeg

강혜빈 ㅣ
2016년 《문학과사회》 등단. 현재 사진가 ‘파란피’로 활동 중.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8년 9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