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 저자 | 최라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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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감정이 지난 4월과 같다면
나는 당신의 악기입니다
당신이 새끼손가락으로 높은 도를 누를 때
가장 아름다운 도가 되려고
얼마나 발끝을 오므리는지
얼마나 입술을 뾰족하게 내미는지
당신은 모르시겠지만
당신의 눈이 내 소리에 귀 기울일 때
당신의 입술이 내 마음을 흉내 낼 때
나는 얼마나 숨을 참는지
나는 얼마나 몸을 움츠리는지
어느 날 당신이
당신도 모르는 슬픔으로 흐느낄 때
나는 그 소리가
당신에게 들리지 않게 하려고
얼마나 심장을 떠는지
얼마나 두 손을 모으는지
당신은 모르시겠지만
당신은 결코 모르시겠지만

최라라 ■
2011년 《시인세계》 등단. 시집 『나는 집으로 돌아와 발을 씻는다』가 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