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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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임승유 

점심시간

 

 

 

 

  나갔다 들어온 사람이

 

  무슨 일 없었어요?

 

  질문하면 일이 생긴다. 그러니까 책임질 것도 아니면서 물어보긴 왜 물어보냐 따지고 싶지만 이미 늦었다.

 

  아이들이 학교 담장을 타고 넘어가 인근 아파트 옥상까지 올라가서 담배를 피웠고 주민 신고가 들어온 것이다.

 

  각 반 아이들 이름이 호명되는 사이에

 

  나갔다가 지금 막 들어온 사람은 담을 넘어 본다. 가급적 주민 입장에서 벗어나 아이들과 함께 담장을 타고 넘어간다. 혼자서는 못 넘는 담을 수월하게 넘는다. 멀리 볼 필요 없지. 어서 와, 내밀어주는 손을 잡으며 눈에 띄는 현관으로 들어간다. 옥상까지 올라간다. 여기부터는 조금 어렵다. 언제 한번이라도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 봤어야지. 이 부분은 안 건드리는 게 좋겠다.

 

  할 수 있는 걸 한다는 심정으로

 

  주변의 눈을 피해 따라가 본다. 혼자 갔다면 웅크렸을 텐데. 잘 안 보였을 텐데. 누군가 조심스럽게 주머니에 넣어줄 수도 있었을 텐데. 우르르 몰려갔지. 일이 커져 버렸지. 저렇게 커져 버린 일을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고

 

  모여서 수군거리고 쯧쯧쯧 혀를 차면서 대책을 강구하는 가운데 저만치 혼자서 운동장을 돌고 있는 아이

 

  그 아이와 가깝다

 

  나갔다 들어온 사람은

 

  위에서 내려다보면 무슨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것 같은데 막상 가까이 가보면 새우깡을 먹고 있는. 양파링도 나쁘지 않지. 어쨌거나 가운데 커다란 구멍을 남겨놓고 가장자리를 돌면서.

 

  점심시간은 한 번도 빼먹지 않고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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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유​​​​​ ​​​ ​​​​​​​​​​■

2011년 《문학과사회》 등단. 시집 『아이를 낳았지 나 갖고는 부족할까 봐』 『그 밖의 어떤 것』 『나는 겨울로 왔고 너는 여름에 있었다』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