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 저자 | 이철경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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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
신도시 주변이 된 구도심은
도시 재생 사업으로 안간힘을 쓰지만
썰물처럼 빠져나간 도심 공동화로
떠나지 못하는 가난한 사람들과
떠나갈 새들이 황량한 광장을 거닐 뿐,
고갈비 안주에 막걸리 한 사발로
취기가 오르던 왕년의 구도심엔
더 이상 청춘의 웃음이 들리지 않는다
한때를 주름잡던 추억을 곱씹는
초로의 보헤미안이 간간이 눈에 띌 뿐이다
구도심 주변은 폐쇄된 상점들과
무료한 시간을 햇살에 태우는 노인과
아무도 반기지 않는 늙은 비둘기가
한가로이 가을볕을 핥고
KTX가 서지 않는 광주역에 늘어선
코스모스만 가을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고향 신작로를 달리는 버스가
마을 어귀에 도착하면
시골 노인들 안전을 위해
부축하거나 앉기를 기다려주듯,
열차는 극락강역에 서서히 정차하고
한참을 기다리다 조심스럽게 출발한다
극락이 가까울수록 속도보다는
시골길 먼지 풀풀 날리며
세월을 낚는 풍경처럼 고즈넉할 뿐
속도를 뒤로한 채 안락에 팔을 걸치고
아스라한 기적에 간이역 지나다 보면
한낮 고향 구름이 환하게 반긴다

이철경 ■
2011년 《발견》 시, 2012년 《포엠포엠》 평론 등단. 시집 『단 한 명뿐인 세상의 모든 그녀』 『죽은 사회의 시인들』 『한정판 인생』, 평론집 『심해를 유영하는 시어』가 있음. 〈목포문학상〉 수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