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우남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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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치 혹은 깔치라 불리는 이름
아시지요? 그들은 W자로 유영하는 것이 특징이죠 성격이 까칠한 그들은 그물로 잡을 수 없어요 자해하는 습성이 있어 낚시로 곱게 낚아야 해요 특히 미식가들이 좋아하지요 탱탱하고 날렵한 그들은 우아한 몸매를 자랑해요 그러나 식성이 잡식이라는 것이 좀 웃기지만요 탄탄한 살집은 별미 중의 별미, 헬스장에는 복근을 만들려는 그녀들이 몰려다녀요 길거리에 바디프로필 사진이 넘쳐흐르고 제주도 푸른 바다는 은빛 각선미의 향연장이 되죠 풀치들이 깔치로 자라나요 한 방의 입질이 운명인 그들, 고객을 위해 스티로폼 상자 속에 나란히 눕지요 드라이아이스와 얼음에 싸여 밤 비행기로 공수되죠 매끈한 꼬리는 그들의 은빛 드레스 밑에서 빛나요 신데렐라 구두 한 짝은 어디에 있을까요 마침내 귀하신 몸이 진열대에 전시되었어요 마켓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번득입니다 무엇이라도 벨 것같이 빳빳한 저것, 그러나 저 도도한 은빛도 한나절을 버티기 힘들다죠? 저녁 장을 보러온 아낙들이 위 아래로 훑어만 보고 지나가 버립니다 그들의 몸값이 치솟는 동안 얼룩덜룩한 갈치가 수입되었어요 자아, 여기 큼지막하고 도톰한 세네갈 갈치가 왔어요! 사람들이 그것의 후덕한 살집에 쏠리는 동안 그들의 순수는 짓무르고 있어요 이제 떨이라도 해야 할까 말까 청춘을 다운시킨 가격표가 다시 덧대지고 말았지요 백열등 아래 한물간 갈치의 눈동자가 비릿한 시선으로 나를 붙잡고 있어요

우남정 ■
2008년 《다시올文學》, 2018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구겨진 것은 공간을 품는다』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저녁이 오고 있다』(2020년 아르코 문학나눔 우수도서)가 있음. 〈김포문학상〉 대상 수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