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 저자 | 정리움 | ||
|---|---|---|---|
홍시
길가 좌판의 홍시가 나를 쳐다보았다
붉은색에 마음을 빼앗겨
홍시를 전혀 먹지 않는데 홍시를 샀다
버스 정류장에는 흙바람이 날리고 있었다
처음 타보는 버스
첫 번째 버스는 그냥 보내고
두 번째 버스를 타고
여섯 번째 정류장에서 내리기로 했다
벼가 익어가는 들판이 지나갔다
낯선 방에 홍시를 내려놓고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 눈을 감았다
두터운 스웨터를 뚫고 찬 기운이 전해져 왔다
홍시는…… 어쩌나……
딱히 돌아갈 곳도 정해진 시간도 없지만
서둘러 택시를 불러 타고 왔다
집에 오니 홍시가 없었다
홍시가 지키고 있을
낯선 어둠이 나를 따라왔다

정리움 ■
2020년 《시에》 등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