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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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선재 

마흔

 

 

 

 

  그늘에서 그늘로 건너뛰죠 나의 행방은 알 수 없어요 여름은 아직 한창이니까

 

  물속에서 눈을 뜨는 아침 누군가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면 햇빛처럼 멀리 갈 텐데 소매를 걷어 올리면 목덜미가 지워져요 목에서 숨을 지우면 매일은 없겠죠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게

  말의 뼈는 희고 반짝입니다

 

  호루라기를 불면 자리에서 일어나는 이름들 누군가 밟았던 자리에 설 때마다 바닥이 지워져요 바닥 없는 말들이 끝없이 떨어지고 있어요 내 것도, 네 것도 아닌 색깔이 되어 부드러운 크림처럼 원을 그리며

 

  내다놓은 갈피 사이에서 이끼가 자라요 갈피 없이도 그늘은 불어나고 불려간 아이들은 돌아오지 않았죠 스물처럼 깃털을 부풀리면 말도 안 되는 나날 누구의 것도 아닌 입을 막아도 할 말이 남는

 

  질문을 씹으며 꼭꼭

  대답을 숨기는

  나는 이제

  멀어서 알아들을 수 없는

  손나팔이 불겠죠

 

  마침내

 

  방금 잠에서 깬 얼굴이 되어

  가늘고 긴 소리가 되어

 

  동풍이 창문을 무너뜨리고 있어요

 

 

 

 

 

 

 

 

 

 

 

 

 

 

 

 

 

신작시-김선재.jpeg

김선재​​​​​ ​​​■

2007년 《현대문학》 등단. 시집 『얼룩의 탄생 』 『목성에서의 하루』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