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 저자 | 이건청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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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호(珊瑚)
풍랑의 바다에서
한세상 살던
산호 숲이
바닷속에서 기진해서
적멸에 닿고 나면,
죽은 산호 숲이
살았던 날의
별 떨기와
연둣빛 봄 바다의 말들을
가라앉혀
뿌리에 쌓는다고 한다.
치밀하고 견고한 멍이 된
필생의 말들은
산호 숲이 스러진 끝자리에
핏빛 사리가 되어 가라앉는다는데
세상을 맑고 곱게 산
눈 밝은 사람이
그 핏빛 말의 결정을
사리함에 모셔 가서
적멸보궁*을 세운다고 한다.
* 석가모니 불의 진신사리를 모신 불교 건축물

이건청 ■
196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곡마단 뒷마당엔 말이 한 마리 있었네』 『굴참나무 숲에서』 『푸른 말들에 관한 관찰 기억』 등이 있음. 〈현대문학상〉 〈한국시협상〉 〈목월문학상〉 〈김달진문학상〉 등 수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