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 저자 | 천융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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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유전자
미지근한 속엣말을 삼키고
그림자놀이하느라 딱 절반을 소진했다
장소 불문하고 무료(無料),
사는 게 무료(無聊)한 날은 무한리필도 가능했다
뭉그적거리다 깔고 앉기 일쑤여서
넋 놓기 좋은 날도 더러 있었다
가끔 내동댕이친 날은
소리 없이 등을 돌려 밤새워 그림자 본뜨기
자칫 죽을 맛이면
농축된 검은 피의 유전자를 끌어안고
생의 바깥 염탐하기
검은 그림자에도 뼈가 있어
욱신거릴 때면 눈물이 옹골찼다
더욱 명료해지는 슬픔 따위에 떠밀려
한동안 잠수를 탈 때마다
굴절된 그림자를 건져 올리느라
여러 뜰채가 동원되기도 하였다
말끝이 흐려지고 모호한 표정의 당신
눈코 뜰 새 없이 무료한 날의 당신도
알다시피 무료다

천융희 ■
2011년 《시사사》 등단. 시집 『스윙바이』가 있음. 〈유등작품상〉 〈이병주국제문학 경남문인상〉 수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