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 저자 | 이서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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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사람
온종일 걷는 사람을 알고 있다
그는 어느 곳에서나 걷는 사람이었으므로
어디에서나 목격되었다
유일하게 목격되지 않은 곳은
그의 집이었다
아무도 그의 집을 알고 있거나
본 적이 없었다
온종일 걷는 사람은 소문이 많았다
처음엔 소문이었지만 소문도 끊임없이
걷고 또 걷는 것이어서
차츰 영웅담이나 심오한
철학적 사유로 바뀌었고
깃털처럼 떠도는 수상한 수행 중이라는
추측까지 걷는 사람을 따라 걸었다
그가 걸어온 쪽에서 봄이 왔고
그를 따라 꽃이 졌다
걷는 동안 그는 누구와도 인사하지 않아서
세상에서 그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걷는 사람은 걷는 집에서 잠자고
걷는 나이와
걷는 혈육을 두고 있어서
그가 비로소 걸음을 멈춘 곳에서
끊임없이 걸은 걸음에 대한
작은 회고전이 열렸다

이서화 ■
2008년 《시로여는세상》 등단. 시집 『굴절을 읽다』 『낮달이 허락도 없이』가 있음. 2019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창작기금 수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