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서윤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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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함께할 것
양산을 돌돌 말며 교회로 들어가는 사람들과 함께, 비눗방울 담긴 총을 들고 가장 사랑하는 것을 조준하는 아이들과 함께, 갈라진 석류 속을 마구 파고드는 벌레들의 뿔과 함께, 안갯속 전조등을 깜빡이는 트럭과 함께, 버려진 마스크에 코를 박고 킁킁거리는 코커스패니얼과 함께, 재난 영화의 엔딩크레디트와 함께, 수영장 물이 다 빠지기를 기다리는 다이버와 함께, 미수에 그친 여름 장마와 함께, 객식구들이 돌아가며 눕는 베개와 함께, 해열제가 담긴 플라스틱 스푼과 함께, 백신이 오지 않는 화물터미널의 탑차와 함께, 하나가 되려는 연인과 함께, 어린 고양이가 밟고 지나가는 인간의 어깨와 함께, 조수석에 떨어진 약혼반지와 함께, 언젠가 빠져버린 발톱과 함께, 주사위에 없는 숫자와 함께, 공중전화의 무료 와이파이와 함께, 새싹을 밟는 아이들의 샌들과 함께, 책 속을 기어 다니는 책갈피와 함께, 열여섯 살의 무라사키 시키부와 함께, 도살장의 물탱크와 함께, 약국 봉투에 적힌 만 나이와 함께, 잎사귀를 뒤집는 자벌레와 함께, 백 년 동안 세탁소에 걸려 있는 런던 포그 코트와 함께, 돌려 입다 그만둔 리바이스 청바지와 함께, 자가격리 중인 전신거울과 함께, 청룡열차의 마지막 운행과 함께, 열두 번 깨지고 나서야 반짝이는 이마와 함께, 읽었지만 잊어버린 시들과 함께, 그렇게 만선으로 출렁이는 종이배와 함께.

서윤후 ■
2009년 《현대시》 등단. 시집 『어느 누구의 모든 동생』 『휴가저택』 『소소소小小小』 『무한한 밤 홀로 미러볼 켜네』, 산문집 『햇빛세입자』 『그만두길 잘한 것들의 목록』이 있음. 〈박인환문학상〉 수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