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 저자 | 천수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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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이라는 말
해변이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힘을 오므릴 때
바다는 움찔거리는 파도의 힘으로 견딘다
살아있다는 것이 그런 것이므로
서로 살을 맞대는 것이 저런 것이므로
해변이 죽은 남자를 옮기듯이
이쪽 끝에서 저쪽 끝으로
모래를 한 옴큼씩 파내주면서
죽은 남자의 키를 가늠하면서
죽을 때의 눈빛까지 생각하듯이 천천히
해변이 잔인해질 때
죽은 갈매기를 놓고 호륵호륵
입김 놀이를 하는 것은
아직 저기 머뭇거리는 영혼들이 어리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과 늙어간다는 것을
이제 좀 알 나이도 되었기에
바다가 잠시
해변의 장난을 받아주기도 한다는 것
살아있는 척 않는 하늘이
날마다 죽은 척 하는 건 아니어서
대체로 서로의 선에서 토닥거리며
또 해결하며 사는 것
거품을 문 게 바다인지 해변인지
의뭉스런 또 하루가 시작된다
바다가 해변을 놓고 있는 건지 간곡히 붙들고 있는 건지
생존이라는 말이 잠시 멍해진다

천수호 ■
200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아주 붉은 현기증』 『우울은 허밍』 『수건은 젖고 댄서는 마른다』가 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