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 저자 | 김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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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방 한구석에 세워진 옷걸이엔
낡은 점퍼나 무릎 나온 바지가
걸려 있기 마련이지요
아버지의 낡은 외투도
불행과 우울의
독한 담뱃진이 눌어붙은 채
항상 거기에
목을 매달고 있었지요
견고한 시간의 벽을
가볍게 뛰어넘어
당도하지 못한 그리움처럼
아버지처럼
어느 날 옷걸이가
그렇게 서 있는 거예요
얼떨결에 인사를 했지 뭐예요
아버지 여기서 뭐 하세요
너의 불운을 날마다
지켜보느라 여기 서 있단다
옷걸이에 매달린 옷깃
속에서 우렁우렁한 목소리가
흘러 나왔어요
부드러우면서도 무심한
그 음성이
수백 년을 달려온
가첩(家牒) 속 사연인 듯
돌보지 않은 자의 변명인 듯
파국의 묵시인 듯
대답했어요, 나는
괜찮아요, 아버지
그것은 당신조차
어쩔 수 없었던
약속이었거든요
저 옷걸이처럼 세워놓은
초독(楚毒)의 연대기
여기서 그칠게요
의지로 운명에 맞설 수 있다면
이 막내가 최후가 될게요
시난고난 이어진
능욕의 유전자
살아냄으로 여기서 끊을게요

김 겸 ■
2002년 《현대문학》 평론 등단. 2020년 《모:든시》 시 발표, 2021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당선. 장편소설 『여행의 기술 ― Hommage to route7』, 평론집 『비평의 오쿨루스』 등이 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