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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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명리 

나뭇잎 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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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 한 장 무게의 갑주가

수평선에 닿는 것을 본다

파도 끝에 나뭇잎배 한 척 뒤집히더니

홀(笏)처럼 하늘 끝에 닿는다

파도의 짧은 소맷단에

흰 스웨터를 덧입히는 건 구름의 일

쏟아지는 햇빛은

파도의 포말을 유백색으로 끌어올린다

아래턱이 없는 하늘,

위턱이 없는 바다,

바다를 오래 보고 있으면

바다가 얼마나 거대한 책인지 절로 알게 된다

끝없이 펼쳐진 희고 푸르고 검은 문장들

발효 중인 짧은 어스름 속을

순찰조 갈매기들이 저공비행하는 동안

이 세상에 아직 도착하지 않은 그대가

한 겹 고요에서

서너 겹 고요로 건너오는 동안

나는 쓴다

표류하는 모든 동식물이 나의 친구이며

오직 인간의 비애만이 나의 천적!

파도 없는 바다 지중해 아말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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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_김명리.jpeg

김명리​ ​​​​ ​​​​​■

1984년 《현대문학》 등단. 시집 『물 속의 아틀라스』 『물보다 낮은 집』 『적멸의 즐거움』 『불멸의 샘이 여기 있다』 『제비꽃 꽃잎 속』 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