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 저자 | 심상숙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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즈음과 요의 사이
용산행 전철이 눈앞에서 간발의 차이로 쓸려 나갔다
스크린도어 너머로 빈 선로가 햇볕에 지려 있었다
이촌역 화장실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너,
곧 내릴 거야 했는데 환승도 못했고 요의는 바빴다
나의 즈음은 여전히 승강 상태
그림자 몇이 질금거렸고 역사는 광택에 절었다
도쿄 어느 유원지 화장실 줄에 끼어든 것처럼
호텔 조식 야채 접시 비운 물이 하의에 쏟아지려는 것처럼
다음 열차를 기다리는 것이 왜 이리 길고 뜨거운지
대학원 졸업식장 객석의 분위기에서도 버텼는데
꾹 참고 하이힐로 뛰어 정시에 출근도 했었는데
자명한 것은 이쯤을 가지고 죽거나 병날 일은 아니라는 것
아 그래 이촌역 화장실로, 그래 거기
그것만 생각하고 있을 때
바람을 갈기며 전철이 다가왔다
용산 이촌 사이를 쇄쇄 달리는 차창 밖
슬레이트 기와지붕들 줄느런하게 그늘을 괴고 있다
향방도 없이 참고 버티는 것은 지루한 출구
폭탄을 이리저리 돌리는 것처럼 안절부절
다리를 꼬았다
처음 내린 이촌역 화장실은 바로 눈앞,
박물관 쪽 레일 위로 몸을 얹고 숨소리 삼키는 즈음
이제야 그를 찾아야겠다는 즈음
맞은편 레일 위로 미끄러지듯 다가오는 그,
나와 엇갈리고 있었다
어어, 하는 사이
친구의 이름이 시원스럽게 뉘어졌다

심상숙 ■
2018년 《광남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흰 이마가 단단하구나』가 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