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 저자 | 정혜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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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 알레르기
우울한 그녀와 웃기는 그녀가 같은 사람이다
그녀와 나는 같은 사람이다
“달빛이 자꾸만 날 따라와”
자동차 뒷좌석에서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린 아들이 잠결에 시를 쓴다
운동장에서 교장 선생님의 훈화를 듣다 쓰러지는 나무들이 하나, 둘, 셋,
대지에 못 박히기엔 너무 어린 아침
햇살이 골고루라는 관용어를 수정한다
베란다에 키우는 바질 화분은 햇살이 닿은 곳만 무성해졌다
보습을 자주 해주세요
증상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의사는 컴퓨터 모니터만 바라본다 햇살쯤이야 엄살쯤이야
여름의 건널목에 서 있다
몇 번이나 초록 신호등이 나타났다 사라져도 들러붙은 발이 떨어질 줄 모른다
햇살이 자꾸만 날 따라와
햇살 때문에 못 살겠어
네가 나를 좋아한다면서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맨살을 손톱으로 긁으면 온몸에 붉은 단풍이 번져간다
내가 살아 있다 그녀가 살아 있다

정혜영 ■
2006년 《서정시학》 등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