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 저자 | 김인석 | ||
|---|---|---|---|
백 년 만에 접어든 소식
섣달그믐 노을이
백 년 만에 조약도 바다로 무너져 내리자
바다가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마을 사람들은 이름표가 달린 보트를 달고 나와
미역발 끌어올리듯 노을을 끌어올렸다
파도에 어깻죽지가 찢어지고
이마는 벼랑에 끼어 붉은 피가 바다로 덮여 있다
저어기 저 얼굴
어머니는 급히 명의를 불러 봉합 수술을 끝내고
어린 사공은 바다의 문을 열어
마지막 남은 노을은 통째 다시 바다로 돌려보냈다
그 속에 붙어 있던 사내의 울음
갈매기가 훔쳐 먹고 물고기가 베어 먹고
소라포구에 울음얼룩이 번지자
바다 뒤쪽에서 천 년을 앓다 등대가 된 소녀는
뻘밭에 갯것*하는 아낙들에게 다급하게 수신호를 했다
아낙들은 구멍이 숭숭 뚫린 가슴을 들고
방파제에서 필생을 서 있는 여인에게 수신호를 건넸다
그녀의 몸속으로 백 년 만에 접어든 소식
저녁노을을 만나려 떠났다 저녁노을이 되어버린
몸의 반쪽
그녀는 불규칙한 맥박처럼 비틀, 비틀거리다
백 년을 기다린 사내의 울음을 움켜쥐고
수평선 너머 연락선이 떠다니는 고향
남쪽으로 떠갔다
* 갯벌이나 갯가에서 나오는 낙지, 해삼, 톳, 꼬막, 바지락 등을 잡거나 채취하는 일

김인석 ■
1990년 시집 『목 타는 그리움』으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피멍이 자수정 되어 새끼 몇을 품고 있다』 등이 있음. <광주문학 올해의작품상> 수상, 광주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