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 저자 | 김상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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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은 결심했다
나는 마루 한가운데 박힌 커다란 못이었다, 정원은 결심했다
정원이 자랄수록 못의 깊이는 차츰 깊어졌고
정원의 부모는 이미 노쇠하여 풀 한 포기 뽑을 수 없었고
이를 어째, 이 불편한 것을, 하고 주저앉아 솟은 못대가리만 어루만졌다
나는 잠들지도 먹지도 않는다, 정원은 결심했다
그러니 정원은 곧 죽을 수밖에
마루에 못 박힌 채 남을 수밖에 없었고
멀리 가더라도 어둡기 전에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정원은 거짓말 못하는 착한 아이다, 자기 사망을 감출 리 없다,
정원은 결심했다 아침저녁 아버지 손을 잡아줄 사람은 나다,
새벽에 화장실 찾는 어머니를 부축할 사람은 나뿐이다
‘노인들은 지난 시대와 결별하기 어렵다’는 말이 라디오에서 흐를 것이라고,
어둠 속에 비스듬히 서서 결심했으나
정원은 불 꺼진 마루 한가운데 박힌 채
부모 곁에서 무한히 깊어지는 못이었다

김상혁 ■
2009년 《세계의문학》 등단. 시집 『이 집에서 슬픔은 안 된다』 『다만 이야기가 남았네』 『슬픔 비슷한 것은 눈물이 되지 않는 시간』, 산문집 『만화는 사랑하고 만화는 정의롭고』가 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