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 저자 | 전다형 | ||
|---|---|---|---|
사과의 토대
얼음골 사과가 도착했다
남명산 95-2번지* 곡률 에돌려 깎았다 왼손 엄지와 장지 활 삼아 어림잡은 후지부사홍로 아오리! 배꼽과 엉덩이 지축 삼은 정수리 툭 내리쳤다 사과의 핵심이 칼끝을 물고 늘어졌다 찔리고 찌른 입심을 푹 도려냈다 움푹 파인 심중이 얼비치는 살얼음 한 입 와삭 베어 물자 착! 혀끝을 휘감는 한(寒恨閒) 통(痛)이 솔비톨이었다
짧은 혀로 표정을 핥았다 달 가리키는 손끝만 본 그와 나 사이 프랙탈을 형성한 감정선이 풍혈을 앓았다 우거진 오해가 산성화를 부추겼다 라쇼몽 현상이 출몰하는 사각지대에서 먹구름이 사과나무를 에워싸고 방언을 쏟아내었다 골 깊은 주름이 아코디언을 연주하자 불화음이 쏟아졌다 야들한 사과 꽃 고막이 천만 갈래로 찢어졌다
이러저러한 이명에 시달린 여러 해와 달, 사과나무를 짓밟아 놓고 간 음 이탈을 부추긴 힘센 한파에 내밀지 못한 악수? 동의보감, 내경외경잡병침구편을 이룩한 얼음골 사과앓이 앓음앓음 얼음이 꿀을 낳은 사과의 이변! 햇살은 춘화 현상을 모르고 빙점을 치고 오른 발아를 모르고 사과는 사과를 몰랐다
냉가슴 오래 앓은 것은 달았다
*천연기념물 제 224호로 밀양 천황산 중턱 위치, 명의, 허준에게 스승 유의태가 제 산몸을 생체실험용으로 내놓았다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전다형 ■
2002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등단. 시집 『수선집 근처』 『사과상자의 이설』이 있음. 〈부산작가상〉 수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