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 저자 | 고증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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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오늘도 화제는 결국 그리로 돌아갔다
대학에서 독신으로 늙어온 선배가
평생 홀어머니 모시고 산 얘기를 한다
아흔 넘어 이젠 치매까지
수십 년 간병으로 일흔을 바라보는 선배
어느 날은 똥 묻은 기저귀 숨기는 엄마
자기도 모르게 그 머리통 쥐어박고는
밤새 잠 못 들고 울었다는
사슴 같은 눈망울 금세 또 물드는 그녀
갑자기 엄마 정신줄 반짝 돌아와
‘너무 그러지 마라고, 나름 내 너한테
얼마나 최선을 다하는지 아냐고’
그 말 듣고 밤새 또 가슴 쳐댔다는 그녀
그때 누군가 불쑥
그건 그래도 낫다고
구십 넘긴 우리 양친 너무도 정정하여
세금 끝다리까지 일일이 따지고 산다고
같이 늙어가는 아들 며느리 제쳐두고
얼마나 고역인 줄 아냐고,
살다 살다 세상에 나 같은 혈혈단신이
부럽단 소릴 다 들어보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창밖엔 밤하늘 내리고
어느새 한 발 한 발
우리 그 자리 다가서고 있다는 사실만
어둠 속에 또렷이 빛날 뿐

고증식 ■
1994년 《한민족문학》 등단. 시집 『환한 저녁』 『단절』 『하루만 더』 『얼떨결에』, 시평집 『아직도 처음이다』 등이 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