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이선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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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일
탁상달력의 맨 마지막 장이 31일 딱 거기까지만이라서 한 해가 다 갔다는 걸 알았습니다
탁상달력을 바꾸니 바로 1 두 개로 시작하는 새해가 왔습니다
새해에는 새로고침 해가 떴을까 하며 단벌 남편과 단신 아내 둘이서 자무쉬* 스타일로 중구(中區) 오하이오를 찾아 나섰습니다
사람빚 돈빚 빚은 많아도
1년에 한 번 전망대 가서 회전식당 한 끼 못 돌겠어,
빚이 또 늘었습니다
곁다리 코스로 극장 티켓 두 장이야 못 쥐어보겠어,
열연의 작품 한 편 남긴 것만으로 배우는 이미 영원히 남은 거라고,
돈 셜리의 그린 북과 반 고흐의 영원의 문 가운데 어떤 영화가 더 남을까 생각하며 봤습니다
빚이 또 늘었습니다
충무로 뒷골목에서 소문난 솥밥 한 그릇 못 비우겠어,
들어가는 길에 아이 야식거리쯤 못 챙겨 들겠어,
빚이 또 늘었습니다
끼이거나 추락하거나 불타거나 매몰되거나 할 일도,
쌓인 설거짓거리와 못 다 먹은 찬밥을 쓰다 만 유서처럼 밀어놓은 채 영영 집을 비워 버릴 일도,
용케 피해 온 썩 운 좋은 한쌍의 부부가
가시는 걸음걸음마다 놓인 그 빚을 사뿐히 즈려밟고 갑니다
내일의 해가 내일의 시치미로 떠서 지난 하루의 여정을 낱낱이 손익계산서에 올린다 하더라도
오늘은 오늘 하루치로 생생, 쌩쌩합니다 내일을 알고 싶지 않게 생생합니다
*영화 <천국보다 낯선>의 짐 자무쉬 감독

이선영 ■
1990년 《현대시학》 등단. 시집 『오, 가엾은 비눗갑들』 『글자 속에 나를 구겨넣는다』 『평범에 바치다』 『일찍 늙으매 꽃꿈』 『포도알이 남기는 미래』 『하우부리 쇠똥구리』 『60조각의 비가』 등이 있음. 〈김종철문학상〉 수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