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 저자 | 곽재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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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 먹는 밤
두부를 먹자
하얗고 순결한 조선의 마음을 먹자
두부는 조선의 밥상 위에 가지런하다
심청도 춘향도 두부 앞에서 가슴이 설렌다
두부 속 마을에 수궁가도 있고 사랑가도 있다
두부 속 꽃핀 산골 마가리에 해월도 봉준도 산다
두부 속 녹두꽃밭에 파랑새가 종일 노래한다
막걸리 한 병 두부 접시 앞에 두고
통일이 대박이라고 말하는 이가 있다
통일이 쪽박이라고 말하는 이가 있다
흥부네 초가집 담장에 박씨 하나
뿌린 적 없는 잡놈들이 박타령을 한다
두부는 말이 없다
뚜벅뚜벅 주모의 칼질에 베일 때도
펄펄 끓는 동태탕에 들어가서도
신음 한번 내지 않는다
두부를 먹자
두부를 먹고
순교하는 조선의 마음이 되자

곽재구 ■
198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사평역에서』 『전장포 아리랑』 『와온바다』 『푸른 용과 강과 착한 물고기들의 노래』 등, 산문집 『포구기행』 『예술기행』 『우리가 사랑한 1초들』 등이 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