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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오봉옥 

 공시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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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어내 깊어진 서정의 결정체

 

 

 ● 오봉옥(시인)

 

 

 

 

 

  소금은 바닷물이 남긴 마지막 문장이다. 물은 사라져도 짠맛은 남는다. 오래 견딘 시간의 흔적이다. 시도 그렇다. 수많은 말을 덜어내고 나서야 비로소 남는 한마디가 있다. 윤효 시인은 그 한마디를 얻기 위해 42년 동안 시를 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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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중견 시인 윤효가 여덟 번째 신작 시집 『소금』을 펴냈다. 화려한 수사와 난해한 실험이 넘쳐나는 시단에서 그는 한결같이 절제와 여백의 길을 걸어왔다. 적게 말하되 깊이 울리는 시, 짧지만 오래 남는 시가 그의 문학적 지향이다.

 

   표제작 「소금」은 단 다섯 행이다.

 

 

소금

 

 

뭍에 갇힌 바닷물이

몇 날이고 며칠이고 애간장을 태우고 졸이는 궁리 끝에

기어코

바다로 돌아갔음을 알리는,

 

은빛 사리.


  소금을 '은빛 사리'라고 부르는 순간, 평범한 물질이 숭고한 존재로 바뀐다. 바닷물이 뭍에 갇혀 애간장을 태우다가 마침내 바다로 돌아간다는 발상도 놀랍다. 소금이 만들어지는 자연의 과정을 삶의 고통과 그리움, 마침내 도달하는 귀환의 서사로 바꾸어 놓았다. 불과 다섯 행에 담긴 사유의 깊이가 만만치 않다. 
  윤효 시의 진가는 이처럼 작은 사물에서 큰 세계를 발견하는 데 있다.
「간이역」은 단 두 문장이다. 기차를 출발시키려던 역무원이 달려오는 여학생을 보고 깃발을 내린다. 그뿐이다. 그러나 그 짧은 장면에는 규정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던 시절의 온기가 고스란히 살아 있다. 시인이 설명하지 않은 이야기를 독자가 스스로 완성하게 만드는 것이다.
  「오목눈이」에서는 창밖의 작은 새 한 마리가 날아오르자 “하늘에 난 작은 구멍 하나가 메워지고 있었다”라고 쓴다. 새 한 마리의 존재가 하늘의 결핍을 채운다는 상상력이다. 「인술
(仁術)」에서는 수어로 영상통화를 하는 승객을 보고 전화기 개발자에게 큰절을 올리고 싶어 한다. 기술의 발전에서조차 인간에 대한 사랑을 발견하는 시선이다. 
  그의 시는 따뜻하지만, 감상에 빠지지 않는다.
「봉독」에서는 정성껏 돌보던 식물이 꺾이자, 자신의 보살핌이 오히려 잘못되었음을 깨닫는다. 그 깨달음은 떠나간 사람에 대한 반성으로 이어진다. 사랑도 상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성호와 합장」에서는 가톨릭의 성호와 불교의 합장이 서로에게 감사의 인사가 된다. 종교의 차이를 넘어 인간의 마음이 만나는 순간이다. 
  이번 시집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생태적 상상력이다.
「식목일」은 나무 심는 날을 지구에 더부살이하는 인간이 주인에게 집세를 내는 날로 바꾸어 놓는다. 「화분과 어항」에서는 지구를 어느 별이 들여놓은 신접살림에 비유한다. 짧고 유쾌하지만, 그 안에 담긴 생태적 경고는 결코 가볍지 않다. 자연을 인간의 소유물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생명의 터전으로 바라보는 시인의 철학이 선명하다. 

  윤효는 충남 논산에서 태어나 평생 교육자의 길을 걸었다. 현재 충남시인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편운문학상 우수상, 영랑시문학상 우수상, 풀꽃문학상, 동국문학상, 유심작품상 등을 받으며 자신만의 시 세계를 굳건히 다져왔다. 
  시인 홍사성은 추천사에서 “그의 시에는 언제나 맑은 콩나물국 같은 따뜻함이 녹아 있다”고 했다. 김재홍 평론가는 해설에서 “넘치는 표현욕을 절제하고 과격한 율격을 다스려 여백의 의미론적 공간을 창출하는 서정의 격조를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사람을 향한 온기와 언어를 다스리는 엄격함이 함께 있다는 뜻이다.
 시인은 책머리에서 어린 시절 목화를 한해살이풀로 알았지만, 직접 화분에 길러보니 여러해살이풀임을 알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이렇게 적었다. 

  “어떤 사물이든 마음에 새길 때마다 목화를 헤아립니다. 존재의 진면목에 다가서고 싶습니다.” 

  이 말이야말로 윤효 시학의 핵심이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며, 오래 들여다볼수록 사물은 새로운 얼굴을 드러낸다. 시인은 그 얼굴을 발견하기 위해 서두르지 않는다. 말을 아끼고, 기다리고, 다시 바라본다. 
  시를 오래 쓴다고 누구나 깊어지는 것은 아니다. 세월이 쌓이면 말이 많아지기 쉽다. 그러나 윤효의 시는 거꾸로 간다. 시간이 흐를수록 말은 짧아지고 여백은 넓어진다. 그 빈자리에 사람과 자연, 그리고 생명에 대한 경외가 들어선다. 그렇게 절창이 태어난다. 평범한 풍경에서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시의 순간을 건져 올리는 솜씨야말로, 오랜 세월 언어를 벼려온 시인만이 보여줄 수 있는 원숙한 경지다. 
  소금은 적게 넣어도 음식의 맛을 바꾼다. 윤효의 시도 그렇다. 짧은 몇 줄이 삶의 맛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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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봉옥 ■ 

1985년 《창작과비평》 등단. 시집 『지리산 갈대꽃』 『붉은산 검은피』 『나같은 것도 사랑을 한다』 『노랑』 『섯!』, 웹툰시집 『달리지 馬』, 산문집 『난 월급받는 시인을 꿈꾼다』, 동화집 『서울에 온 어린왕자(상, 하)』, 동시작법서 『말랑말랑한 동시 놀이』, 비평집 『시와 시조의 공과 색』 『김수영을 읽는다』 등이 있음. 〈영랑시문학상〉 등 수상. 현재 서울디지털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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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호(VOL.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