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 저자 | 임희숙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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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스, 푸른 비둘기
비둘기 한 마리
에소프레소, 깊이 잠든 커피나무를 깨우는구나
부리로 길어낸 열매를 탁자보에 문지르다가
문득 나무 가지에 널어놓은 푸른 깃털
나의 고양이 블루
언제부터 니스의 카페 거리를 떠돌았느냐
부엌 유리창 비 듣는 소리에 하염없더니
털 빠진 담요와 누추한 손바닥에 살갑더니
다리 둘을 감추고 문득 새가 되었구나
탁자에 널린 하얀 피륙 너머
기억하느냐
빨래를 널던 내 등짝에 훌쩍 뛰어올라 장난질 하던
놀이터가 보이던 베란다를 아느냐
너는 몇 겁을 건너
고양이의 혀를 버리고 여기로 와 비둘기가 되었는가
아득한 시간을 건너 온 우리는
에소프레소, 뿌리를 버린 나무 앞에서
반려의 옛 맹세를 버린다 비로소
니스의 푸른 자갈밭에서는 이별이 제격이라고
나는 아직 사람의 네 발로
너는 비둘기의 두 다리로

임희숙 ㅣ
1991년 《시대문학》 등단. 시집 『격포에 비 내리다』 『나무 안에 잠든 명자씨』가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9년 11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