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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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화영 

 

편지

 

 

  꽃들의 숨소리가 잦아들면 저들은 더 이상 물을 긷지 않습니다

  잠시 보폭을 느리게 하여 사물들에게 건네는 손길입니다

 

  아가의 옹알거림은 젖내 나는 부드러운 주파수입니다

  믿음은 수치보다 감정이 우선이라고 사각사각 연필은 전해줍니다

  모든 생각을 사물의 외곽으로 옮기고 K지구에 있는 애인에게 편지를 씁니다

 

  보고 싶소 몸의 위치가 까마득하오 약속은 없소 마음을 따라갈 뿐이오 흑연 향을 따라나선 길이오 불행하시오 그래야 우린 만날 수 있소 하늘도 귀신도 함부로 못하는 것이 정이오

 

  불안하면 무엇이라도 쥐고 씁니다 ‘ㅂ’을 쓰고 나서 무슨 모음을 넣을까 몇 번 곰지락거립니다 연필 심부를 뢴트겐선이 지나갑니다 누군가에게 들킨 듯하여 가만 공책을 덮습니다 먼 기러기 발자국을 세며 간서치*가 되어 계절을 지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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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들의 숨소리가 잦아들면 저들은 더 이상 물을 긷지 않습니다

 

 

 

 

 

* 책만 읽어서 세상물정에 어두운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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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영 ㅣ

2009년 《정신과표현》 신인상 등단. ​시집 『침향』 『아무도 연주할 수 없는 악보』가 있음. 현재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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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9년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