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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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엄원태 

낡아가는 저녁

 

 

 

 

  광풍처럼 몰아치던 일가족 비리 뉴스들이 잦아들었다. 오후는 그렇게 어깨를 한 번 움찔하고는 느리게 지나갔다. 늙어가는 이들에게 노을과 한담(閑談)은 풍성해진다. 로하스클럽의 광고성 문자는 아직도 날마다 오지만, 문득 생이 온통 저녁이다.

 

  눈보라에 대해 긴 이야기를 써보려 했던 작가가 있다.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가야만 했는데, 불행히도 그는 식물인간이 된 지 오래였다. 눈보라 꿈은 숙원(宿願)이었으나 이제 꿈에서만 보이게 되었다. 비로소 끝날 줄 모르는, 눈보라를 맞닥뜨린 것이다.

 

  창문들은 그럭저럭 보낸 오후와 식어가는 햇빛을 아쉬워하지 않는다. 유리창들의 숙명은 그 자리에 붙박여 다만 흘러가는 것들을 되비추는 일. 결국엔 다 내려놓아야 한다. 커튼들이 매무새를 가다듬는 시간. 방은 이윽고 잔금 무수한 제 내상(內傷)을 들여다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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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원태 ㅣ

1990년 《문학과사회》 등단. 시집 『물방울무덤』 『먼 우레처럼 다시 올 것이다』 등이 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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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9년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