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 저자 | 조현석 | ||
|---|---|---|---|
휴일의 구름
햇살 강하면 흩어졌다가
신경 덜 쓰는 듯하면 뭉쳐서 놀아야지
넓은 하늘 위 바람이 드세도
마음껏 휘젓고 다녀야지
할 말을 잊게 만드는 먹장구름들
쓸쓸하고 외롭지도 말라는 양떼구름들
갈갈이 찢긴 가슴 어루만져주는 뭉게구름들
여러 구름과 함께 놀기로 한 휴일
어디론가 사라져버릴 모든 구름은 아쉬워
하늘에게 길을 묻는 오후
너무 빠르지 않게
그렇다고 너무 느리지도 않게
석양이 가리키는 길로 가보기로 했지
징검다리 건너듯 그늘에서 그늘로
땀 흘리며 가다보니 어느덧 서쪽인데
마주치는 사람 없어 한결 가벼웠던 하루
조용히 걷는 뒤꿈치를 깨물던 달빛 조각들
서쪽으로 서쪽으로 계속 걸어 몸을 줄이면
고통 없이 잠들 나라에 닿을 수 있을까

조현석ㅣ
1988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등단. 시집 『에드바르트 뭉크의 꿈꾸는 겨울스케치』 『불법, …체류자』 『울다, 염소』 『검은 눈 자작나무』 등이 있음. 도서출판 〈북인〉 대표.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9년 10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