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 저자 | 유미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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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마한 꽃밭이 있는 조그만 집을 그리다
가장 먼저 핀 꽃을 꼭 쥐고 소풍 가고 싶었지
검은 눈썹 박힌 별들 여전히 반반한데
나는 말라깽이 종이 인형
어디에다 푸른 힘과 빛을 써버린 것일까
이 꽃 다 지면 이끼 낀 강물 길어와
처마 밑에 솥단지 걸고 국밥이나 말아야지
어미의 찌그러진 달, 배를 불리고
홀쭉한 아비의 낚싯줄도 살찌우고
검게 탄 밥주걱엔 늙은 시간을 못 박아야지
뒷방으로 돌아오는 구부정한 봄날을 지켜봐야지
사기그릇 실금마다 어미의 밥 냄새가 스며들고
주머니 가득 꽃냄새로 들어찰 때까지
종일 낙서나 해야지
구겨진 내 몸 눕혀놓고
죽은 아비의 이름이나 그려봐야지

유미애 ㅣ
2004년 《시인세계》 등단. 시집 『손톱』이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9년 09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