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 저자 | 박숙경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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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은 어디에서 오는가
외다리로 서 있는 왜가리의 왼쪽 다리부터이다
낯익은 길고양이 신경을 곧추세우고 꽃마리 앞에 무릎 꿇을 때부터이다
징검돌에 닿는 물의 목소리가 커지고부터이다
물고기들이 배를 뒤집어 은빛으로 뛰어오를 때부터이다
북서쪽으로 번져가는 노을의 꽁무니를 바라보는 눈동자에 물기가 어린 순간부터이다
비행운이 사라지고부터이다
매천역을 통과한 스카이레일이 놀빛 속으로 빨려 들고부터이다
나머지 하늘이 파래지고부터이다
미끄러지며 파문을 그리던 물오리가 집으로 돌아갈 무렵부터이다
비둘기 떼 지어 교각 아래로 숨어들 때부터이다
등 뒤로 번져오는 저녁의 서정을 차마 감당할 수없어 하늘을 향해 입술을 삐죽이고 있는 이팝나무 정수리부터이다
트윈트위스트 삐그덕 소리부터이다
하릴없이 마음 급해지면 보이지 않는 것마저 흔들린다는 걸 알아차리는 순간부터이다
바람소리부터이다
아니다, 그대 발자국 소리에 귀 기울였던 그때부터이다

박숙경 ㅣ
2015년 《동리목월》 등단. 시집 『날아라 캥거루』가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9년 08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