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 저자 | 김연숙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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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적어본 메모
무덤가의 꽃다발
비어 있는 성소(聖所)
제단 위의 촛불
크고 작은 크리스탈 술잔들
유리 구두, 밀회의 약속
춤, 축제, 전야제
발코니 양식, 대상 없는
달밤의 세레나데
끝도 없이 발견되고 다시 분류되는
이끼류와 태류(苔類)에 관한 필생의 연구
가진 것을 모두 팔아 사버린
팔지 않을 진주
안 올지도 모르는 이의 발을 닦을
향유 한 단지
번쩍이는 마호가니 관(棺)
너무 높이 쌓은 종탑, 지루한 전례, 의식(義式)
성배를 찾아가는 모험
모두에게 잊혀진 사막의 은수자
벌판에 홀로 선 가죽나무
폭포에 뜨는 무지개
있지도 않은 것에의 그리움
먼 별, 후광
우주, 망상 그리고
이런 목록을 적어보는 일

김연숙 ㅣ
2002년 《문학사상》 등단. 시집 『눈부신 꽝』이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9년 08월
